내 것으로 하고 싶은 흔들림
– 민수기 20장 14-29절 묵상 –
모세는 에돔 왕에게 사신을 보내 이스라엘 백성이 그 땅을 지나가게 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에돔은 야곱의 형 에서의 후손으로, 이스라엘과 혈통상 형제 관계였습니다. 모세는 그런 역사적 관계를 내세워 "형제된 우리를 지나가게 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에돔은 단호히 거절합니다.
그 길은 '왕의 길'이라 불리는 통로로, 고대 근동에서 가장 중요한 교역로였습니다. 모세는 이 길을 통해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하나님께 어디로 가야 할지 묻는 장면이 이 대목에선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민수기에서 여러 번 하나님의 지시를 따라 이동한 이스라엘이, 이번에는 모세의 판단에 따라 길을 선택한 듯 보입니다.
모세는 에돔과의 관계를 고려했고, 이스라엘 백성에게도 가장 효율적인 길을 택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에돔은 거절하고, 결국 모세는 돌아서야 했습니다. 모세의 결정은 인간적으로는 합리적이었지만, 하나님의 뜻과 주변의 상황까지 고려한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묵상 중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왕의 길’을 택했다는 표현입니다.
물론 이는 지리적인 이름이지만, 묵상 중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혹시 모세는,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길보다 ‘내가 가장 빠르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한 길’을 선택한 건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걸어온 길을 ‘내가 이룬 것’처럼 느끼기 쉽습니다.
사역도, 교회도, 가정도, 일터도 어느 순간 내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시작하신 일’을 ‘내가 끌고 가는 일’처럼 오해하게 되는 것이죠.
모세도 어쩌면, 하나님께 묻고 겸손히 따르던 그 초기의 마음에서 조금씩 멀어졌던 건 아닐까요?
이 장면 직후, 아론은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대제사장 직분을 아들 엘르아살에게 물려주고 세상을 떠납니다.
이제 모세에게도 자신의 여정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는 전환점이 된 듯합니다.
삶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는 누구의 것인가?”
“내가 주도하려는 이 일은, 정말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길인가?”
“내 것이라 여기는 이 모든 것… 사실은 하나님의 것이 아니었는가?”
🔍 묵상을 통해 돌아보는 삶의 질문들
혹시 나는 지금, 하나님이 주신 것을 내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시 돌이켜 감사해야 할 목록을 적어봅니다.
🧭 하나님 것인데 내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7가지
- 좋은하루교회가 세워진 일
- 교회 공동체에 함께 하게 된 소중한 성도님들
- 내가 섬기는 현재의 사역과 일터
- 목사 안수와 사역자의 부르심
- 결혼을 통해 세워진 가정
-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안정된 환경
-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온 모든 삶의 여정
🙏 오늘의 기도
하나님, 내가 주님의 것을 내 것처럼 착각하지 않게 하소서.
하나님의 뜻이 아닌 길 앞에 설 때, 나의 판단을 멈추게 하시고
다시 주님께 묻게 하소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선물임을 잊지 않게 하시고,
내게 맡기신 것을 온전히 주님의 방식으로 감당하게 하소서.
오늘도 다시 겸손히, 주님의 길을 걷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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